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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존하 선교사 선교편지 - 7월
이요셉 2014-08-09 추천 0 댓글 0 조회 330

러시아에서 보냅니다.

 

울타리 옆 화초들은 축 늘어진 모습으로, 전신주 위 커다란 둥지 어린황새들은 목을 기다랗게 빼고 긴 부리 입을 벌려 뜨거운 한 여름 태양을 식히는 그런 오후입니다.

 

어느덧 저는 한 달째 이곳 쿠스토비치에서 주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머물던 첫째 날, 한 밤중에 깨어났을 때, 창 너머 가득하던 수많은 별들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도시생활 가운데 잠시 잊었지만, 우리 인류가 태고로부터 대하였던 그런 세상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라 할까요?

사실, 이 한 달 동안 이곳에서의 생활은 제가 지금 사용하는, 그야말로 최첨단의 노트북외에 문명보다는 주어진 자연의 순리를 따라 생활해 온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동녘 창에서 아침 햇살이 쏟아지면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창 너머 어둠이 내리면 잠자리에 드는 그런 생활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곳 방안에서 전깃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도 그럴것이 요즘 절기가 그런지라 새벽 다섯시이면 날은 이미 환하고 밤 열시가 훨씬 지나야 어둠이 내리니 굳이 전깃불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동안 이곳에서의 하루하루의 생활은 단순합니다.

하루하루가 대지와 마주대하는 그런 생활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는 조금도 지루함이 없는 새로움의 나날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곳에서의 생활은, 풀숲이나 모래흙을 그리고 드넓은 창공을 제 영역으로 삼아 살아가는 곤충에서 매에 이르기까지 온갖 생명을 대할 수 있는 소중한 터전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곳은 한창 수확철입니다.

저희는 그동안 양파와 오이, 콩을 비롯한 다양한 야채들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울타리 주변마다 둥근 호박들은 부지런히 몸을 키우고 있고, 잎사귀 푸른 당근들도 붉은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고 있고요.

요즘은 들판의 누런 이삭 호밀들과 줄기 시든 감자들이 어서 우리를 수확해달라고 소리 지르는 것만 같습니다.

 

그동안 동네 아저씨 한 분과 집 보수공사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정리하다보니 쓸만한 목재가 제법 많이 있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동네 이웃집에서 필요한 자재를 헐값에 구입할 수도 있고, 필요한 도구를 빌릴 수도 있습니다.

 

수십 년 전, 우리의 생활과도 친근한 이야기를 몇 가지 전할까 합니다.

옛 우리의 시골처럼 이 동네에도 가게가 하나 있는데, 식품은 사야겠고 당장 돈이 없을 때, 그냥 외상을 해주지요.

그렇다고 장부에 따로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가게에 들를 때 그 값을 주면 됩니다.

또 하나는 2년 전, 개인 트랙터로 저희 밭을 개간해 주신 그야말로 순 백발의 동네 어른이 계신데, 마리아씨가 이 분에게 급하게 돈을 빌려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 분이 마리아씨에게 이처럼 말씀하시더랍니다.

내 딸을 소개해 줄 테니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돈을 내 딸에게 대신 전해주라.”

그러니까 이곳의 농촌생활은 여전히 인정(人情)’으로 맺어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지나치는 이 동네는 매우 한산해 보입니다.

반면에 산책삼아 골목길 따라 둘러보자면 동네가 제법 크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대부분 집들이 나무숲에 가려있다 보니 눈에 띄지가 않았던 것이지요.

집들은 대체로 아담한 목재 건물들이고 텃밭과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고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나 젊은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조화로운 이곳의 자연을 닮은 것만 같습니다.

이제는 서로가 안면이 있다보니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고요.

 

지금 저는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했던 때를 잠시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저마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계실 여러분들을 떠올려 봅니다.

모르지요. 언젠가 이곳이 우리들에게 새로운 인식처가 될지.......

알고 보면 우리 사는 세상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가깝기에 .......

 

조급함이나 불안함 없이, 살아가는 순간순간 하루하루 가운데, 새로움과 감사함이 우리 모두에게 끊이지 않기를 조용히 두 손 모아 기도해봅니다.

 

2014728일 월요일 오후에,

황존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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