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러시아에서 보냅니다(6월).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쿠스토비치입니다.
지난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한 달에 걸친 종강시험기간을 보내고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재배한 감자와 야채로 ‘불룐’(감자국이라 부르기에 적합지가 않아...)을 그리고 양파를 반찬 삼아 야생체리로 음료를 만들어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들길을 거닐다 이처럼 글을 드리게 됩니다.
아파트 외에 일반 가옥은 저마다 일정한 텃밭이 딸려있을 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드넓은 농토를 접할 수 있다 보니 요즘은 이처럼 ‘제철음식’으로 식사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동안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나던 온갖 야채들도 이제는 안으로 열매를 키워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드넓은 초원 - 수백마리의 젖소무리가 오고가며 풀을 뜯던 그곳이 어느 날 보니 말끔히 개간되어 옥수수가 정갈하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젖소무리들이 매일 같이 이곳 사람들에게 신선한 유제품을 공급합니다.
뿐만 아니라 수풀로 우거졌던 드넓은 초원이 어느 날 보니 정갈한 농토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이곳의 우수한 농기계 기술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트랙터, 콤바인등을 소유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는 드넓은 초원에서 방목하는 젖소무리처럼 농기계역시 ‘콜호츠(공동화)’ 체제로 운영됩니다. - 우리나라로 보자면 협동조합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개와 고양이는 한 가족으로 대우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 밖에 다른 짐승들도 마찬가지인듯 싶습니다.
예를 들어 이곳의 대표적인 새가 바로 ‘황새’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마을마다 나무전신주 위에 커다란 둥지를 짓고 사는 황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곳 제가 머물고 있는 집 맞은편에도 지난달인가 새끼를 얻은 황새가족이 나무전신주 둥지에 살고 있습니다.
9월이면 이 황새무리들은 남유럽을 지나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보낸다고 들었는데, 여하튼 분명한 것은 이곳 사람들의 배려와 존중이 있기에 그 머나 먼 여행을 하면서도 봄이면 어김없이 정확이 제 둥지로 돌아올 수 있는 거겠지요.
사람 사는 곳 - 그 어디나 저마다의 갈등과 고민이 있듯이 이곳 역시 그렇겠지만, 일반적으로 대하기에 이곳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여건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편입니다.
이는 지나 온 이들의 역사가 대신 말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매스컴에서 접하는 정보와 이곳에서의 실생활과 커다란 차이를 보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곳 사람들은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특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이들의 성향이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민적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커다란 분열이나 대립 없이 헤쳐 나올 수 있는 밑거름이었을 것입니다.
사도행전 16장을 보면 바울사도가 아시아 쪽으로 향하여 복음을 전할 계획이었는데, 어떤 마케도니아 사람이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환상을 보고 이를 그리스도의 뜻으로 받아들였다는 이 기록에 의하면 바로 바울사도가 슬라브인 선교의 시초인 셈입니다.
이를 두고 고대슬라브어 교수께 짐시 질문한 적이 있는데, 정교회에서는 베드로의 형제인 안드레사도를 슬라브인들의 첫 번째 사도로 받아들인다고 하였습니다.
여하튼 최근 분위기에 의하면 동서방교회가 양 대표간의 화해의 만남이후, 교리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인한 일천년 이상의 대립의 벽이 허물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십이 년 전, 러시아 극동에서 매일같이 ‘쪽 복음(요한복음)’을 시내 곳곳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일이 있는데, 그때 제 가슴 깊은 곳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전도자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가?’
너무도 당연한 대답이겠지만 그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이었습니다.
이들의 문화적 배경이 그리스도교인 것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그게 그리스도의 복음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복음이 제자들을 깨워 사도가 되게 한 것처럼 우리를 깨워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발걸음 걸음이 변함없이 아름다운 소식이기를!
모두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2014년 6월 29일 주일 오후에,
황존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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