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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존하 선교사 선교편지 - 3월
이요셉 2014-03-29 추천 0 댓글 0 조회 316

백러시아에서(3)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옆, 창밖에는 머지않아 피어날 듯 살구나무가지 꽃봉오리가 하얗게 보입니다.

작년 이맘 때 하얗게 눈이 덮였던 것을 떠올려 볼 때, 예년보다 무려 한 달 이상 일찍 봄이 온 것 같습니다.

 

이곳의 3월은 작년에도 제가 소개해 드린 것처럼 여성의 날과 함께 시작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교회의 나라이다 보니 부활절을 비롯한 기독교의 각종 절기가 매달 혹은 매 주마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여성의 날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도시 곳곳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여성의 날이 국경일이다 보니 그 전날엔 시장을 비롯한 매장마다, 거리마다 꽃과 각종 선물을 사는 사람들로 종일 붐빕니다.

이는 대학 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학 중에서도 특별히 제가 공부하는 인문학과가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이 날을 전후로 하여 강당, 강의실 그리고 시민문화회관 등에서 열립니다.

그러니까 여성의 날인 38일 이후, 일주일쯤 지나서야 이 날에 대한 들뜸에서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이곳 백러시아는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경제적 영향을 크게 받다 보니 인플레이션이 심한편인데도, 이와 같은 절기이면 시장마다 매장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보자면 종종 의아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몇일 전에는 한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백러시아의 한 친구로부터 연극공연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었는데, 공연장을 찾은 대부분이 십대 후반의 청소년인 것을 보면서 이곳의 문화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저마다 말끔하게 단장을 하고 세 시간이 넘는 공연을 휴대폰 벨소리나 잡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경청을 하고, 연극이 끝나는 때에는 모두가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을 보면서 이곳의 공연 문화는 어른 뿐 아니라 어린친구들까지도 익숙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2년 전, 이곳의 수도인 민스크에서 한국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였다는 한 통역사를 문서번역 일 때문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통역사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공부를 하고 일본도 방문한 적이 있다는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한국이 이곳 백러시아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흡사하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 생활해 나가면서 이에 대해 공감하는 편입니다.

이에 대해 제 나름대로 단순히 평가를 해보자면 간사하지 않은 친절함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보통 한국에 대해 매료된 외국인들이 하는 말이 무엇보다도정이 많은 친절함임을 저 역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고국에서 교회 생활하는 가운데, 그리고 지금도 고국의 교회로부터 받고 있는 귀한 선물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공중화장실은 유료입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한 번 이용하는데 이천원 정도가 지불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다보니 매일 이른 아침마다 이용해야 하는 습성이 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화장실을 관리하는 인상 좋은 중년여성이 저에게서 이용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볼 일을 보고 인사를 하면 변함없이 하나님과 함께!”라고 큰 목소리로 화답하시는 분입니다.

말하자면 이 분 나름대로 기도 안에서 이국에서 온 유학생에 대한 따스한 배려인 셈입니다.

 

저의 학교생활이 담긴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사진들 가운데 제 옆에서 환하게 웃는 키 작은 친구에게 부탁하여 전달받은 사진입니다.

지난해 가을 무렵, 이 친구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 친구는 스마트폰 메인화면에서부터 각종 사이트까지 틈만 나면 한국과 연관된 정보를 보거나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친구입니다.

사진들은 모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유학 온 학생들인데 박물관 방문, 생일, 여성의 날, 그리고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제가 속한 <-영과>는 저 외에 모두 투르크메니스탄 학생들이고, 러시아문학이나 고대슬라브어 역사 그리고 영어 등은 이곳 현지인과 더불어 수강을 합니다.

변함없이 동행하시는 동역자님들께 항상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삼월, 스물둘째 날 주말 밤에,

황존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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