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러시아에서 최창수목사님과 용인중부교회성도님들께, 황존하 드립니다.
이제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섰는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찾아온 추위는 저마다 겨울외투를 꺼내 입게 합니다.
이런 날씨는 이곳에서 흔히 겪는 일이라, 어느덧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됩니다.
다시 몇 날이 지나면 언제 이런 일이 있었냐는 듯, 완연한 가을로 돌아올 것입니다.
브레스트푸슈킨국립대학에서.
한국에 있을 때, 남해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껍질과 조약돌을, 그리고 태극기와 여러 과자류를 ‘선물용’으로 준비해왔었습니다.
학과장의 생일에 여러 교수진과 여러 학생들과 더불어 초대를 받게 되었는데, 이때 이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학과장은 즉각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태극기를 기념으로 비치해 두겠다.”
그리고 다음 날 ‘총장실’을 찾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공식 초청장’이 없이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있게 된 데에는 총장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총장님은 저를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같은 선물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이 국기가 미래에 한국과 백러시아를 잇는 상징이기를 바란다.’
물론 이는 제 마음의 기도요, 소망입니다.
현지인 신입생 환영회 대학축제 때에도 초대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사회자는 저를 “아침의 빛, 대한민국에서 온 황존하, 그리고 그의 러시아 이름이 <디모데>”라고 공개적으로 소개를 하였습니다. - <디모데>는 14년 전, 극동러시아에서부터 현지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또 다른 제 이름입니다. - 이곳은 정교회의 나라인지라 성경에 근거한 이름들이 매우 흔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어느덧 이들에게 친근할 뿐만 아니라, 저를 한 일원으로 인정하는데 대해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쿠스토비치에서.
지금 저는 쿠스토비치에서 이 글을 드립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1차’ ‘실내공사’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환하고 넓어진 실내 분위기, 예전과 달리 오늘 같은 추위에도 난방이 그대로 보존됩니다.
이곳은 하루하루 기도와 헌신으로 다져지는 터전입니다.
생수의 강이 흐르고 흘러, 이곳에서 거룩한 백성으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더불어 기도해주십시오.
뿐만 아니라 동역자님들의 여러 모양의 소중한 헌신이 이곳까지 잇대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외모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말로 표현하는 것 역시 어색하고 서툴러도, 우리는 변함없이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영혼과 영혼은 간절하게 부르짖는 게 보이는 듯합니다.
결국 우리는 서로 그렇게 다시 만날 것입니다.
2015년 10월 10일,
길어가는 주말 밤,
쿠스토비치에서,
황존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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