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소식

  • 선교소식 >
  • 선교소식
황존하 선교사 선교편지(15년 4월)
이길상 2015-05-03 추천 0 댓글 0 조회 395

신록(新綠)으로 물들어 가는 때에 백러시아에서 황존하 드립니다.

 

4월 초, 창밖 살구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버스를 타고 오며가며 대하는 창밖 풍경이 하루하루 새로운 나날들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여백의 세계가 채워져 나가고 그곳을 벌과 나비 그리고 온갖 새들이 노래하며 누비는 것을 대하자면, 마치 어느 멋진 화가가 수채화를 그려나가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시절이면 벌써 이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바로 어제 오늘처럼 느껴지는 고향땅에서의 일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되살아나곤 합니다.

군대를 재대할 무렵, 가슴에는 햇살처럼 희망이 솟아오르고 있었고, 입대 무렵, 그 암담했던 과정을 이겨나가도록 도와준 게 바로 고향 땅 교회의 기도였다는 것을 저도 모르게 직감(直感)하고 있었지요.

산 깊고 숲 우거진 고향 땅은 지금처럼 연두 빛 물들어가던 때였는데, 그 풍경이 예전과는 달리 생생하게 되살아나던 게 지금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청년들은 저마다 도시로 떠난 때라 교회에는 어른들과 몇몇 어린 아이와 더불어 주일 날 오후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이 아직 초빙되지 않은 공백 기간 당시, 말씀을 강론하시던 장로님의 어린 아이 같은 천진한 얼굴, 저마다 조용한 몸짓, 겸손한 뒷모습을 보며 앉아있자니, ‘그래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 라는 고백이 저절로 제 안에서 환하게 비추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향땅에서 장래 장로 후보감이라는 격려와 기도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제가 이역만리(異域萬里)에 있게 될 줄은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지요.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의 생활은 주변 풍경에서나 사람들의 몸짓, 말없는 대화 속에서나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그 시절 그 정서(情緖)를 자연스레 되살아나게 합니다.

 

고향 땅에서 살아가려던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치 내 몰리듯 도시의 한 복판을 살아가다가, 이처럼 전연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고, 바로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오고 키워준 고향 땅과 교회들을 더 가까이 느끼게 되는 저를 대하면서, 자신들의 의지와는 전연 상관없이 전 세계로 흩어져야 했던 <초대교회>를 떠올려봅니다.

흩어질 때, 교회가 해체되는 게 아니라, 전연 상상도 못했던 국경 밖 세계에서 역동적으로 탄생해나가던 수많은 형태의 교회들말입니다.

이처럼 교회란 다만 흩어질 뿐, 해체되거나 사라지는 게 아님을 알진데, 오늘날 저마다 겪고 있는 온갖 고통들은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있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어느덧 만 삼년이 훌쩍 넘어선 이곳에서의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드라마틱한세월을 보낸 것은 전연 아닙니다.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이런저런 온갖 아픔들을 보고 있고 그 아픔들을 같이 나눕니다.

살아가는 게 곧 아픔임을 하루하루 절실히 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아픔보다도 더 깊이 자리한 게 희망임을 또한 분명히 봅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지라도 그 희망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기에 우리는 저마다 힘겨운 시절을 견뎌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바울 사도가 전 세계 복음이 전해지는 자리에서 희망의 하나님15:13이라 칭한 게 그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요!

주변 환경이 아닌, 사람의 정()이 아닌 하나님만 바라보기를 하루하루 기도합니다.

아니 주변 환경들을 통해, 사람들의 정()을 통해 다만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기를 하루하루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의 입술에 찬양이 저절로 넘쳐날 그 날을, 희망의 하나님을 통해 꿈꿔봅니다.

저마다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인내하며 희망을 창조하시는 동역자님 한 분, 한 분께 항상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20154월 마지막 날,

깊어가는 밤에,

황존하 드림.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필리핀 남병용 황호선 선교사 선교보고 사진 이길상 2015.05.13 0 377
다음글 인도에서 드리는 기도편지(정성태, 김인경선교사님) 이길상 2015.04.24 0 461

17045 경기 용인시 처인구 성산로 128-1 (역북동, 용인중부교회) 용인중부교회 TEL : 031-321-2113 지도보기

Copyright © 대한예수교장로회 용인중부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62
  • Total244,463
  • rss
  • facebook